20년전, 복수노조가 법으로 금지되던 시기의 일이다. 모 직장에는 생산직 사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었다. 생산직 사원들은 대부분, 전체 종업원 중 절반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말 그대로 생산직사원들을 위한 노동조합이었다. 회사는 연속공정 장치산업 공장이었다. 1년 365일 중 단 며칠만 전 공장을 세우고 라인을 점검하고 세척하는 보수기간만 빼고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되는 공장이었다.

지금처럼 FA(공장자동화)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 당연히 생산직노조의 위상은 높았다. 그 위상과 힘은 임금협상에서 드러났다. 노조는 생산직 사원들만 챙겼지, 비노조원인 사무식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노조가 힘이 있으니 생산직사원들은 매년 12~15%의 높은 임금인상율을 기록한 반면, 사무직들은 회사가 알아서 챙겨주는 연 5 ~ 6% 임금인상율에 만족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 효과가 미미했으나 그렇게 차별적인 임금인상이 몇년이 계속되다보니 생산1과의 경우 30명 중에서 관리직 과장 급여는 28등, 대졸 관리대리는 29등, 대졸 공채 신입사원은 30등이라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생산직사원들은 자기네끼리 호칭을 "김부장", "이부장", "박차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야근에 잔업수당, 휴일근무수당까지 하면 생산직사원들의 월급여가 부장보다 높으니 급여수준으로는 부장보다 높으니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위계질서도 서지 않았다.

반면 관리직 간부들이나 대졸 공채사원 등 사무직 사원들은 속이 부글거렸다. 대학을 나오고서 현장에서 십수년을 더 일한 생산직 과장 급여는 관리직이고 노조가 없다고 하여 회사에서 철저히 묶어놓으니 해가 갈수록 임금격차가 늘어가기만 했다. "우리도 사무직 노조를 만들자",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푸대접을 받을 바에야 내 자식은 대학을 보내지 말고 고등학교를 나오면 곧장 생산직으로 취직시키는 것이 낫겠네"...

관리직이나 사무직 사원들은 노조가 없다보니 임금인상시 속은 부글거리지만 겉으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7월 1일자로 복수노조가 합법화되었다. 생산직노조에 치여 살던 사무직노조나 관리직노조, 영업직노조가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여튼 복수노조가 허용됨으로써 회사는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려고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복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복수노조가 주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이다.

카페지기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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