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미루어둔 짐 정리를 한다.
박스를 풀다보니 결혼사진이며,
결혼 비디오테이프, 액자들이 담겨있다.

신혼여행에서 쓰라고 선물받았던 
아이보리 실내복도,
실내화도 수건도 그대로 있다.
장모님이 보실까봐 얼른 닫는다.

그냥 쓰지 그러느냐고 하자
나중에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면
쓰겠노라고 고이고이 아껴둔 건데
주인은 없고 옷만 남아있다.

장모님이 액자틀을 꺼내시며
쌍둥이들 사진이라도 넣어 안방
화장대 위에 올려놓으면 어떻겠냐고
넌즈시 물으신다.

나는 고개를 가로젖는다.
다시는 내 곁에 오지 않을 사람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가지고 껴안고 있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남은 자는 어떻게든 살아야지.

이제는 추억도,
그리운 감정도 하나하나 내려놓고
아내의 손때가 묻어있는
주인잃은 물건들도 치워야지.

이틀 후면 큰애가 군입대를 한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자식은 자라면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법

밖에는 비가 내린다.
저 비는 또 어느 누가 흘리는 눈물일꺼나
미움도,
원망도,
그리움도
아쉬움도
답답함도
모두 씻겨주는 비였으면....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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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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