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매출 부진과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치욕의 시간을 보냈다. 게임업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시장과 고객을 장악하고 있는 소니 때문에 닌텐도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와 곧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이 쏟아져 나왔다. 닌텐도의 주가는 급락했고 매출부진에 따른 손실은 분덩이처럼 늘어났다. 한때 업계를 선도했던 닌텐도는 이대로 망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하지만 게임시장에서 선도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소니를 단숨에 따라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니를 벤치마킹해 게임기와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았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오히려 신제품의 실패로 손실만 더 커졌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위기를 뚫을 것인가? 강력한 일인자가 버티고 있고 더군다나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들의 문제는 '소니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였다. 소니의 약점을 찿아내기 위해 밤세워가며 분석하고 벤치마킹했으나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때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닌텐도가 경쟁해야 할 대상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자는 의견이었다. 소니와의 경쟁에 얽매이는 것은 좁은 시장안에서 다투는 것이고 결국 닌텐도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소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경쟁자로 본다' 라는 엉뚱한 아이디어에 경영진은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어떤 게임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고객을 어떻게 게임소비자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화두였다. 결국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게임광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게임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 이 화두를 놓고 닌텐도는 고민에 빠졌다. 비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실제 삶과 연관성이 없는 허상의 컨텐츠에 별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30~60대 청장년 및 노년층은 게임을 그저 단순한 허상의 세계로 인식하고, 그로 인해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소모적인 시간낭비로 생각했다.
닌텐도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잠재고객군으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고민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웰빙의 기류 또한 놓치지 않았다. 게임을 통해 웰빙을 구현하고 운동도 하고 가족의 연대감도 도모한다는 새로움 게임모델을 정립했다. 파괴적이고 자극적이었던 게임의 코드를 일거에 뒤집는 위험한 발상이었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시도에 대해 조직문화는 수용적이었고 오히려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흥분까지 했다.
닌텐도는 경영부진에 따른 침울함을 역전의 기회로 삼았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흐름, 고객들의 숨어있는 욕구에 대한 깊은 성찰, 기술의 진화에 대한 깊은 분석과 전망, 새로운 도전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열정과 도전정신이 합쳐져 새로운 게임 'Wii 시리즈'를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그들이 사회와 고객, 시장의 흐름을 통찰하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쯤 돈 많은 투자자의 인수합병 매물리스트에 등재되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삼양그룹 사보 <우리 함께> 2009년 9.10월호 중 "불황기 기업특명 '통찰경영'(송병무 삼정KPMG 컨설팅사업부 전무) 발췌
오늘 우연히 사무실 서고에 꽂혀져 있는 삼양그룹 사보를 펼쳐보고 내 눈을 사로잡은 글이 있어 바로 독수리타법을 이용하여 블로그에 옮겨 본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을 알아내는 것이 통찰력이다. 닌텐도가 소니를 경쟁자로 보고 소니의 벤치마킹만을 고집했더라면 지금의 게임왕국 닌텐도는 없을 것이다. "닌텐도가 경쟁해야 할 대상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자"라는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 즉 통찰력이 닌텐도를 살린 케이스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Wii 시리즈'라는 게임시리즈를 만들어내도록 일조를 한 닌텐도의 유연하고 열린 조직문화 또한 통찰경영과 함께 돋보인다. 이런 좋은 사보를 만들고 나에게 보내준 김종덕님, 삼양그룹 사보팀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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