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특집] 가족친화경영
탄력근무·보육비지원·모성도우미…
가족친화 실천 기업 크게 늘어
직원만족 등 기여도 높지만
비용부담·인력관리 등 어려움 호소
#1. 임신 7개월인 엔에이치엔(NHN)의 이혜진(30) 과장은 지난 2일부터 집에서 일하고 있다. 신종플루를 염려해 회사가 임신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신종플루 전염에 대한 걱정이 줄어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에이치엔에 다니면서 두 아이를 낳았고 이번이 셋째 아이다. 그는 "회사가 육아에 대한 배려를 해줘 비교적 손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고 셋째도 임신할 수 있었다"며 "웬만한 연봉을 더 준다고 해도 회사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 교보생명의 정지아(28)씨는 지난해 '죽어본 적'이 있다. 직접 유언장을 쓰고 영정사진을 찍고 관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회사가 2007년부터 운영한 임종교육을 체험한 것이다. 그는 "관에 들어가 남편은 물론 가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며 "체험 뒤 가정과 부모님한테 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전직원에 대해 2008년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현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운영중이다.
가족친화경영을 펼치는 기업이나 기관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06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여건상 어렵다(66.2%)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기업(24.4%)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조사(303개 기업 대상)에서는 여건상 곤란하거나(38.3%)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기업(4.0%)이 크게 줄었다. 반면 실천하는 기업은 두 곳 가운데 한 곳꼴인 56.7%(적극 실천 8.6%, 소극 실천 48.1%)로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는 가족친화경영이 곧 경영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독일 헤르티 재단은 '가족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정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의 최고 등급(S)을 받은 교보생명도 해마다 직원 만족도는 물론 생산성이 오르고 있다. 2005년 62.3점에서 2008년 69.5점까지 올랐고, 1인당 생산성도 2003년 1억3000만원에서 2008년 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교보생명은 3살 미만 아이를 키우는 사원에게는 1년 동안 주당 15~30시간만 일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비롯해 가족사랑프로젝트, 가족친화적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가족친화경영을 펼치고 있다. 황주현 부사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직원들이 가족사랑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경영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경영성과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친화경영을 펼치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장기 근속자를 위해 퇴직 후를 대비한 교육을 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18.2%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 임신한 작원을 위해 모성보호도우미를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경우 직원의 만족도가 2007년 75점으로 전년보다 52점이 올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직장만족도가 4.14점(5점 만점)으로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대한상의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친화경영의 가장 큰 기여(복수응답)로 '만족도·사기진작'을 80.1%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미지 제고'(49.8%), '이직률 감소'(48.5%), '근무태도 개선'(38.8%)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가족친화경영은 사회에도 기여한다. 직장보육시설을 서울 한강로 본사를 비롯해 3곳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03년 60명이던 출산 여직원이 2008년 134명으로 늘었다. 또 출산의료비, 유아보육비 등을 지원하는 케이티(KT)도 출산 후 직장복귀율이 99%로 국내 평균 51.5%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회사 업무 특성상 어려움'(40.6%) '추가 비용 부담'(30.4%) '인력관리 곤란'(16.8%)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회사 성과와의 명확한 고리 찾기, 실질적 혜택 제공, 최고경영자의 관심 등을 꼽는다.
엘지경제연구소의 김현기 연구원은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져 가족친화경영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거나 보유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의 경영성과는 물론 향후 노동력과 소비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저출산 해결' 외치는 정부 가족친화 기업엔 혜택 적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기업에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해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업이 탄력근무제, 자녀양육 및 교육지원, 노동자 지원제도 등을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는지를 따져 인증해주고 있다.
2008년 교보생명, 대웅제약, 유한킴벌리, 엘지생명과학, 선보공업 등 기업 5곳과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한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9곳의 공공기관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했다. 올해도 기업으로는 롯데쇼핑, 매일유업, 아시아나항공, 한미파슨스, 부산은행, 하이닉스반도체, 삼광, 경남스틸, 에디코, 삼광공업, 경은산업, 태양산업 등 12곳을, 공공기관으로는 관세청, 기술보증기금,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정보화진흥원, 에스에이치공사 등 8곳을 인증기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나 기관이 인증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쿠폰제 컨설팅 지원 사업,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사업, 해외규격인증 획득지원 사업, 무역촉진단 파견 사업, 중소기업 정보화지원 사업 등에 해당 기업이 지원할 경우 가점을 주고 있다. 노동부도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원사업, 퇴직연금 무료컨설팅 지원사업 등에 지원한 기업에 가점을 준다.
대부분의 혜택이 중소기업에 국한되는데다 중소기업 역시 가점에 불과해 큰 도움이 안 되는 형편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가족친화경영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판단하는 심사항목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신경쓰는 기업이 없다"며 "정부의 인센티브도 현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처 : 한겨레 | 입력 2009.11.29 18:10
탄력근무·보육비지원·모성도우미…
가족친화 실천 기업 크게 늘어
직원만족 등 기여도 높지만
비용부담·인력관리 등 어려움 호소
#2. 교보생명의 정지아(28)씨는 지난해 '죽어본 적'이 있다. 직접 유언장을 쓰고 영정사진을 찍고 관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회사가 2007년부터 운영한 임종교육을 체험한 것이다. 그는 "관에 들어가 남편은 물론 가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며 "체험 뒤 가정과 부모님한테 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전직원에 대해 2008년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현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운영중이다.
가족친화경영을 펼치는 기업이나 기관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06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여건상 어렵다(66.2%)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기업(24.4%)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조사(303개 기업 대상)에서는 여건상 곤란하거나(38.3%)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기업(4.0%)이 크게 줄었다. 반면 실천하는 기업은 두 곳 가운데 한 곳꼴인 56.7%(적극 실천 8.6%, 소극 실천 48.1%)로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는 가족친화경영이 곧 경영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독일 헤르티 재단은 '가족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정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의 최고 등급(S)을 받은 교보생명도 해마다 직원 만족도는 물론 생산성이 오르고 있다. 2005년 62.3점에서 2008년 69.5점까지 올랐고, 1인당 생산성도 2003년 1억3000만원에서 2008년 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교보생명은 3살 미만 아이를 키우는 사원에게는 1년 동안 주당 15~30시간만 일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비롯해 가족사랑프로젝트, 가족친화적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가족친화경영을 펼치고 있다. 황주현 부사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직원들이 가족사랑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경영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경영성과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친화경영을 펼치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장기 근속자를 위해 퇴직 후를 대비한 교육을 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18.2%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 임신한 작원을 위해 모성보호도우미를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경우 직원의 만족도가 2007년 75점으로 전년보다 52점이 올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직장만족도가 4.14점(5점 만점)으로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대한상의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친화경영의 가장 큰 기여(복수응답)로 '만족도·사기진작'을 80.1%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미지 제고'(49.8%), '이직률 감소'(48.5%), '근무태도 개선'(38.8%)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가족친화경영은 사회에도 기여한다. 직장보육시설을 서울 한강로 본사를 비롯해 3곳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03년 60명이던 출산 여직원이 2008년 134명으로 늘었다. 또 출산의료비, 유아보육비 등을 지원하는 케이티(KT)도 출산 후 직장복귀율이 99%로 국내 평균 51.5%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회사 업무 특성상 어려움'(40.6%) '추가 비용 부담'(30.4%) '인력관리 곤란'(16.8%)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회사 성과와의 명확한 고리 찾기, 실질적 혜택 제공, 최고경영자의 관심 등을 꼽는다.
엘지경제연구소의 김현기 연구원은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져 가족친화경영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거나 보유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의 경영성과는 물론 향후 노동력과 소비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저출산 해결' 외치는 정부 가족친화 기업엔 혜택 적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기업에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해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업이 탄력근무제, 자녀양육 및 교육지원, 노동자 지원제도 등을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는지를 따져 인증해주고 있다.
2008년 교보생명, 대웅제약, 유한킴벌리, 엘지생명과학, 선보공업 등 기업 5곳과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한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9곳의 공공기관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했다. 올해도 기업으로는 롯데쇼핑, 매일유업, 아시아나항공, 한미파슨스, 부산은행, 하이닉스반도체, 삼광, 경남스틸, 에디코, 삼광공업, 경은산업, 태양산업 등 12곳을, 공공기관으로는 관세청, 기술보증기금,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정보화진흥원, 에스에이치공사 등 8곳을 인증기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나 기관이 인증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쿠폰제 컨설팅 지원 사업,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사업, 해외규격인증 획득지원 사업, 무역촉진단 파견 사업, 중소기업 정보화지원 사업 등에 해당 기업이 지원할 경우 가점을 주고 있다. 노동부도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원사업, 퇴직연금 무료컨설팅 지원사업 등에 지원한 기업에 가점을 준다.
대부분의 혜택이 중소기업에 국한되는데다 중소기업 역시 가점에 불과해 큰 도움이 안 되는 형편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가족친화경영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판단하는 심사항목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신경쓰는 기업이 없다"며 "정부의 인센티브도 현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처 : 한겨레 | 입력 2009.11.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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