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에 대기업을 다니다 KBS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전직하여 사내
근로복지기금 업무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사내근로복지기
금 회계처리부분이었다. 영리기업은 기업회계기준이 있어서 기업회계기준
대로 결산을 실시하고 법인세과세표준신고를 하면 되는데 비영리법인은 영
리기업과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에 이해관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
하기 위해서는 기업회계기존과는 다른 비영리법인만의 고유의 계정과목이
나 재무제표 서식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러한 비영리법인의 회계처
리에 필요한 회계기준이 없고 당장 3월말까지 1992년도 결산을 마무리하여
협의회에 상정하여 의결을 받고 법인세 과세표준신고와 운영상황보고를 마
쳐야 하는데 계정과목이며 분개, 재무제표 서식을 어찌 작성해야 할지 난감
했다.
1991년 7월 <사내근로복지기금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그해 8
월에 공포되고 1992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기존에 <근로의욕 증진
을 위한 사내근로복지기금운영준칙>(이하 "준칙기금이라 함)에 따라 기존에
노사협의회 결정으로 운영되어 오던 KBS준칙기금도 해산하거나 정식 사내
근로복지기금법에 의한 법인화된 기금법인으로 설립할 것인지 양자 기로로
서게 되었고 회사에서는 운영중이던 준칙기금을 해산하고 법인화된 기금으
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결정하여 1992년 11월 중순 사내근로복지기금설립
준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기금법인 설립인가 신청, 설립인가증 수령, 기금
법인 설립등기작업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12월 21일 설립등기를 마치
고 기존 KBS준칙기금의 기금액을 인수하여 정식 사내근로복지기금법에 따
른 법인화된 기금을 설립하였고 사내근로복지기금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1992년 법인결산을 실시하여 신고 및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처리 아니 비영리법인 회계처리에 대해 주변에 물어
도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비영리법인 회계나 세무처리를 전
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도 없었다. 너무 절박하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
은 심정으로 서점으로 달려가 우리나라 비영리법인 회계나 세무처리에 대
한 책이 없느냐고 물으니 여기저기 뒤지더니 서고 뒤켠에서 먼지가 잔뜩 끼
어있는(얼마나 인기가 없고 찾는 사람이 없었으면) 박충환교수가 쓴 <비영
리법인 회계와 세무> 책을 한권 건네주기에 구세주를 만난 기분으로 얼른
구입해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박충환교수가 쓴 책이 정부나 지장자치단체,
교육기관이나 장학재단, 사회복지법인 등 국가나 정부에서 국고지원이나
국고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들이 많아 우리 사내근로복지기금과는 성
격이나 수행목적, 수입재원 등이 차이가 많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
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개념과 중요성, 설정방법과 사용방법, 구분경리
에 대해서는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전직을 하자마자 곧장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규정 제정, 1992년 결산작업, 1993년 사업계획서 작성으로 정신없이 지냈고 3월초까지 결산작업을 마무
리하여 3월중순에 <1992년 결산(안)>과 <1993년 예산(안)>을 협의회에 상
정하여 의결을 마쳤으나 운영상황보고는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데 과세
표준신고가 너무 어려웠다. 3월 31일에 당시 여의도세무서에서 1992년분
법인세신고를 하라고 안내전화가 왔으나 잘 모르고 "KBS사내근로복지기금
이 비영리법인인데 왜 법인세신고를 해야 합니까? 내야 할 법인세가 없으니
신고하지 않아도 원천징수당한 선급법인세는 국가에서 알아서 돌려주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대답했다. 법인세법과 법인세 과세표준신고에 대한 무식
의 극치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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