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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고명딸은 두 살이 지나도 걸음마를 떼지 하고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저 다른 아이들
보다 조금 늦으려니 생각했던 부모님은 그녀가 신생아 황달 때문에 뇌성마비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중략)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했던 가수‘이시스터즈’
멤버였던 그녀의 어머니(김희선)는 그 후 은퇴를 하고 딸을 뒷바라지하며 지냈다.(중략)
 
어머니가 가수 활동을 그만두고 돌봐야 할 만큼 어린 시절 정유선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일이든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에는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 휘청거리고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교단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놀려댔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기소개를 마쳤다.
아이들의 놀림 때문에 펑펑 울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는 절대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운동회가 되면 “너는 안 뛰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만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싫었다. 걷는 것도 힘든 그녀에게 달리기는 버거운 일이었지만, 그녀는 항상
결승선까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그녀는“그래도 꼴찌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곁에서 딸의 손을 잡고 토닥거리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런 딸애의 모습을 볼 때면 전 항상 두 번 울었어요. 장한 마음에 울고, 안쓰러운 마음에 또
울었죠. 유선이는 항상 적당히 하는 법이 없어요. 밤새도록 연습을 해야만 겨우 남들만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수업 시간에 배운 응급처치 연습을 한다면서 저를 앉혀 놓고
하루 종일 붕대로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어찌나 귀찮게 굴었는지 몰라요(웃음).”

“공부 잘하지, 요리 잘하지, 제가 남편보다 부족한 게 있나요? 오히려 저희 부모님의 결혼반대가
더 심했어요. 남편이 교포라서 미국에서 살아야 하고, 나이가 저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다고요”
 
“첫째인 하빈이가 ‘엄마는 왜 남들과 다르게 말하냐’고 물었을 때,‘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는 어렸을 때 뇌에 작은 상처가 생겨서
 그런 거라고 설명했죠.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요. 그 말을 듣더니‘많이 아프냐’며
고사리 손으로 제 머리를 만지더라고요.”
 
하빈이는 공립학교를 다닐 때 버지니아에 있는 학생들의 상위 1% 안에 들어 영재반
(Gifted Talente)을 다닐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아이를 갖기 전, ‘혹시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나중에 아이가 나 때문에 놀림을 받으면 어쩌나’하는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마지막 결론은 단 하나였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처럼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의 편견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엄마는 저런데, 아이는 멀쩡하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는“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가 옅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엄마를 당당하게 소개하고 티 없이 밝은 아이들을 보면서 그녀는 다시 기운을 냈다.
 
요즘 그녀는 아이들의 학교를 찾아가고, 강의 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2시간 40분 강의를 위해서 그녀는 나머지 6일을
꼬박 준비해야 한다.
 
하루 종일 바쁜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지 궁금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수업 준비까지 마쳐놓은 다음, 새벽 2시쯤에 맥주 한잔을 마시는 순간”
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저절로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란다.
 
“돌이켜 보면 내 발목을 붙잡았던 걸림돌들이 모두 내 인생의 디딤돌이 돼준 것 같다”,
 
- 중앙일보 2009.1.17.

 
뇌성마비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4년째 보조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유선 교수(38)와 그녀를 오늘에 있게 한 그녀의 어머니
김희선씨의 감동적인 기사를 읽는 내내 그동안 겪었을 마음고생과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집사람이 유방암으로 하늘나라로 가던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쌍둥이들이
나에게 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아빠 학교 선생님께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리지
마세요. 친구들이 엄마없는 애라고 놀려요"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도 어려서 심한 말더듬을 앓았었다. 수업시간에 발표나 읽기를 할 때 말이 나오지가 않아
얼굴을 찡그리고, 말을 더듬었을 때 나를 향했던 그 많은 친구들의 웃음과 조롱이 큰 상처가
되어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 만약 말더듬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뛰어넘지 못하고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뇌성마비의 장애물을 성공의 디딤돌로 활용하고 극복한 정유선교수와,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심어주고 곁에서 지켜준 어머니 김희선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남들보다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길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기에 정유선씨의 당당한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또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이 없었는지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며 장애를 가진 사람을 품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나도 세 자식을 밝고 건강하게, 어려움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도전하여
이겨낼 수 있는, 역경을 디딤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열정맨으로 키워낼 것을 다짐하게 된다.
2009.1.18.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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