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이런 저련 사연으로 들어온 화분들이 많다.
우리 부부가 꽃과 나무들을 좋아하고 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들어온 축하 화분이며 어버이날, 생일 들을 기념해 선물로
받은 화분들이 많다.
문제는 집이 이 넘쳐나는 화분들을 수용하지 못해 계단이며
옥상에 내보내 키우는데 수년간 겨울을 지나면서 일부
화초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우리와 결별했다.
덩그러니 남은 주인 잃은 화분들,
사람이나 꽃이나 주인을 잃으니 남겨진 물건들이
천덕꾸러기로 남게 되는 것은 것은 매 한가지.
그래서 평소에 자신의 주변관리나 자주 쓰는 물건과 쓰지
않는 물건은 자주 분류해서 관리를 해야 하나보다.
쓰지 않은 물건이 아까워 나중에 다시 쓰려니 두면
나중에는 더 쓸 일이 없어지고 추해진다.
일부 화분은 버리고,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화분은 잘개잘개 부숴 분리해서
버렸다. 일부 화분에는 철사심이 박혀져 있어 분갈이를
하는데 손등이 몇군데 상처가 났다. 위험이 예상되면 장비를
가져와 철심을 제거하고 작업을 해야함에도 가기가 귀찮아
대충 어떻게 잘되겠지하고 요행을 기대하고 시작하면
역시나 요행은 불행으로 바뀐다.
꼬박 두시간 화분도 버리고, 흙도 분리해서 버리고,
덕분에 옥상이며 계단이 깨끗해졌다. 대신에 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작업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갈증이 나서
맥주 두잔을 마시고 두시간 정도 잤더니 이제 괜찮다.
아내는 내일이 시험이라는 딸 잔소리에 기숙사에 데려다
주러 떠나고, 휴일에 집에 들렀던 자식들도 기숙사로,
생업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다시 집안에는 평소처럼
적막이 감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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