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길거리에서 전 직장에서 5년전 정년퇴직하신 선배님을
우연히 만났다. 너무 반가워 차 한잔을 하자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이런 저런 근황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아니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었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데,
더구나 정년이 2년 늘어났잖아?"
"네, 뜻한 바가 있어서요"
"회사를 나오니 살벌해. 방송국에 다닐 때는 몰랐는데 막상 나오니
갈 곳도 없고, 집에서 마냥 있기도 눈치가 보이고......"
"아니 사모님이 눈치하세요?"
"왜 안그러겠어?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지. 처음에는 걱정말고 푹
쉬라고 하더니 한달이 넘으니 슬슬 다른 갈 일자리 없느냐고 묻더
라고. 같이 정년퇴직한 누구는 어느 회사로 취직했다면서 은근히
비교를 하더라고... 하긴 매일 집에서 삼시 세끼를 고박꼬박 챙겨
주려니 마누라도 지겨웠겠지."
"그래서요?"
"집에 있기도 불편하고, 퇴직금도 퇴직할 때는 충분하다고 생각했
는데 퇴직하고 6개월 지나니 밑빠진 독처럼 솔솔 돈이 새나가기
시작하니 조급해지더라고.... 이 돈으로는 몇년 못 버티겠구나
조바심이 생기는거야.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아이템
이 없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성공할 자신도 없고... 그 사이
5년이 훌쩍 지나버렸어. 이래 저래 고민이야"
이야기 하는 중에 선배님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뀐다.
"김사장은 언제 그런 사업 아이템을 준비했어?"
"저야 지금껏 22년간 오직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에 푹 빠져
살았죠. 매일 회사 일이며 전국 사내근로복지기금실무자들 상담
받아 답변해주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이야기가 칼럼 쓰고, 글 쓰고,
사내근로복지기금카페 관리하고, 강의하고, 책 쓰고 지난 이전
다니던 직장생활과 합해 30년간 그저 일에 파묻혀 열정적으로
살았죠. 덕분에 평일에 야근도 숱하게 했고, 휴일에도 출근해
밀린 일 처리를 했지요. 밤 늦은 시간 혼자서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남들은 다 퇴근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는데 회사를 나와 창업하다보니 이런 모든 것이
보상이 되었고 안정적인 연구소 운영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하긴 김사장은 내가 회사에 다닐 때도 보면 자비로 석사, 박사
공부하러 다녔지. 직원들은 뭐하러 돈 들여 대학원 가느냐고
손가락질했었지.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고.... 주변에서도 참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고 칭찬이 자자했지"
"과찬이십니다"
"지난 30년간 그런 열정과 도전, 끈기로 살았으니 그 좋은 회사를
자발적으로 나와 연구소를 차렸지. 김사장의 열정이 부러워.
시간을 10년만 뒤로 돌릴 수 있으면 좋겠어. 나도 김사장을 따라
다니며 딱 5년만 배울수 있게."
커피숍을 나와 돌아가시는 선배님 어깨가 쳐저보인다. 회사에서
뵐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신 분이었는데. 퇴직 선배님과의
대화를 통해 땀과 노력, 열정은 결코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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