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내가 시도한 첫 작업이 녀석들을 자율형인간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스스로 머리를 감고, 밥과 반찬도 골고루 스스로 챙겨 먹고, 학교 책가방이나 학원책가방과 준비물도 스스로 정리하고, 등교하는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하여 행동에 옮기도록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장벽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내부, 장모님의 장벽이 너무 높다. 오늘 아침에도 재윤이 머리를 감겨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건만 기어이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샤워기를 틀어주고 샴푸도 손에 짜서 머리도 감겨주고, 아침 밥상에서는 예전처럼 반찬도 녀석들 숫가락에 하나 하나 올려주신다.

아침에 등교하기 전까지 계속 뒤를 따라다니며 양치질 해라, 옷 갈아입어라, 책가방 정리해라 큰소리를 내시며 채근하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도 '아직 어린데, 요즘 공부하느라 피곤한데' 하시며 이를 말리는 나에게 오히려 일을 한다고 자식들 일에 무심하다고 서운해하시는 장모님을 어이 해야 할지.....

쌍둥이들도 이런 장모님의 과잉보호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오거나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면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 피곤해요"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내 앞에서는 잠시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내가 없으면 예전 습관으로 도로 원위치가 되어 버린다. 집안의 중심, 특히 교육의 중심은 애비가 되어야 함에도 자꾸 내 양육방침과 의도와 배치되는 쌍둥이들은 유아적인 습관에 계속 젖도록 만드시는  장모님을 어이 해야 할지 난감하다. 완고하신 분인데 나이를 드실수록 더 본인 주장이 강해져가니 갈등과 부담이 커져만 가고 집에 있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지금껏 살면서 장모님 의견과 말씀이라면 전적으로 수용하고 양보해왔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결혼 이후 계속 장모님을 모시며 살아오면서 장모님 아니 아내의 뜻에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으며 살아왔지만, 싱글대디로서 비록 장모님이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해주시지만 이제부터는 마찰을 감수해가면서 내 삶의 방식대로 자식들을 끌고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부활주일을 앞두고 이번주는 각 교회마다 고난주간행사가 진행중이다. 한소망교회에서는 일주일동안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새벽특별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주 쌍둥이자식들과의 큰 사건을 겪고 나서 명이와 윤이는 이번 주부터 아빠랑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기로 약속을 했다.

첫날 월요일은 새벽기도회에 나가서는 담임목사님이 설교를 하는데도 민망하게 두녀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졸고 있다. 새벽 5시 20분, 공기도 쌀쌀한데 그래도 싫다는 기색없이 잘도 따라와주는 녀석들이 비록 졸기는 해도 기특하기만 하다. 하긴 지난주 가출사건과 몰래 학원을 핑계대고 PC방에가서 게임을 하다 들켰으니 주도권을 애비에게 모두 빼앗긴 셈이지.

2년전 새벽기도회 때는 녀석들이 무려 한달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한 기록이 있다. 사람은 힘든 일이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특새기간이 녀석들을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강하게 하고 영적으로 단련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 어미가 유언으로 '교회 잘 다니거라'라고 부탁한 이후 쌍둥이들은 교회에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나도 주일예배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 격려해주고 있고 주일이면 나랑 함께 교회에 다니니 외롭지는 않다.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인데도 어미의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상황에 잘 적응해가는 녀석들의 이면에는 종교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감사하게 된다. 가족간에 종교가 같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큰애는 장모님 영향으로 불교인데 지켜보는 중이다. 사실 큰애와의 갈등도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상당부분 종교갈등에 기인함을 느낄 수 있다.

날씨가 춥거나 바람이 불고 집안에 일이 있으면 교회를 가지 말았으면 하는 장모님과 주일예배는 타협하지 말고 가라는 나와의 보이지 않은 갈등, 한없이 챙겨주시려는 장모님과 이제는 홀로서기를 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지켜보아야 한다는 내 의견이 자주 충돌한다. 특히 이번주 새벽기도회에 나가는 것을 장모님이 매우 못마땅해 하시니 서먹서먹해진다.

목사님 설교를 마치고 통성기도를 하는데 뒤에 계신 분이 방언으로 통성기도를 하는 걸 듣더니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두 녀석이 낄낄거린다. 하긴 녀석들이 방언이 뭔지 알겠는가? 그건 방언이며 하나님과 통하는 천국언어라고만 짧게 이야기를 해 줄 수 밖에...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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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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