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전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부설 노동경제연구원 양병무 부원장(경제학 박사)은 "IMF시대 살아남는 7가지 방법"이라는 직장인 생존전략을 발표하여 직장인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것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1.관리직을 피하라
관리직은 명예퇴직 및 정리해고 대상 1순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長)자리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는 관리직은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1순위임을 명심하라.
2. 인사고과를 의식하라.
능력, 태도, 업적 등에 관한 인사고과 항목을 숙지하고 좋은 점을 점수를 받도록 노력하라.
3. 경쟁에 노출되라.
경쟁을 하면 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경쟁에 적극적으로 노출되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승진욕구를 낮춰라.
IMF시대에 승진을 자제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빨리 승진하면 빨리 퇴직해야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5. 신문, 우유배달이라도 해라.
실직공포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 넣자. 건강해야 정리해고도 피할 수 있다. 건강에 투자하라.
6. 몸값을 올리자.
다른 곳에 취업하더라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가지계발에 주력하자. 몸값이 높은 사람은 떠나려고 해도 회사에서 잡는다.
7. 가족과 대화하라.
집을 나서면 모두 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최후의 보루는 역시 가족이다.
이렇게 양병무 박사가 제시한 7가지 방법을 자세하게 다시 열거한 것은 지금과 발표당시의 경제상황과 여건이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한 분야에서 10년-15년 이상을 근무한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친구나 동료, 상사들이 조직의 문제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도 의외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진땀을 빼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히 자기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전문과 숙달을 혼동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본인 이외의 그 누구도 자기 분야의 업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아성을 쌓아 놓고 현실에 안주하여 매년 단순 반복적 업무를 익숙하게 처리하였지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일상적인 현안에만 매달리며 어제와 다른 뭔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지 않게 되며, 정작 기회가 왔을때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도전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그는 경쟁이 두려워 바뀌는 환경 즉 도전 자체를 거부한다.
이제는 그야말로 전문가 시대이며 그들이 성공하는 시대이다.
앞으로 조직에서 퇴출되는 사람은 무엇을 특별히 잘못해서가 아니라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서일 것이다. 있으나마나한 사람을 조직은 더 이상 보호해주지 않는다. 그러한 평범한 인력은 훨씬 낮은 비용이면 노동시장에서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모든 조직에는 조직문화가 있고 그 조직의 문제는 조직원이 가장 잘 알고 안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 즉 그 조직의 문제점을 정확히 읽고 빠른 시간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적으로 개선해 내는 그 조직내의 전문가이다. 전문가는 자기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해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 사람이 하는 일처리 결과 하나하나가 성과로서 측정, 평가되는 단계를 거쳐 주위에서부터 점차 인정받아 가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도 조직원을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에 맞는 공정한 평가항목과 성과측정 지표 개발, 자기계발 지원, 교육기회 부여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조직에 인재가 없다는 불평을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니는데 과연 조직원을 인재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얼마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을 때가 많다. 또한 전문가에게 응분의 평가와 보상은 해주고 있는지? 전문가나 인재 양성은 혼자 힘보다는 조직과 조직원이 같이 노력해야 성과가 크다.
회사의 간부들이 "요즘 부하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고 모시고 산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 힘이든다고 푸념이 심하다. 전에는 회전의자에서 권위하나로 큰소리치며 잘도 버틸 수 있었다. 부서 경영계획도 밑에서 알아서 작성하여 바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상사의 잘못되고 불합리한 지시는 밑에서 수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건 잘못된 방법이라고 당당히 따질줄 알고 즉시 되돌아 온다. 문제를 찿아내지 못하거나 문제 해결능력이 없이 큰소리치는 전문성이 없는 관리자의 모습은 당신의 5년 내지 10년후의 당신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다. 상사가 사무실에서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큰소리치고 결재판이 달라다녔다는 무용담은 이제는 보기 드물어졌다.
또 하나 우리나라 관리직 중 가장 안타깝게 생각되는 점 중의 하나가 무슨 장(長)자만 붙으면 도통 실무를 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입으로만 일하려 든다. 실무에서 손을 놓는 순간 관리자는 눈이 멀게되고 귀가 막히게 된다. 현상을 직접 볼 수 없으니 문제점 또한 보지 못하게 되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게 된다. 관리자는 실무와 관리를 항상 병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어려우면 매일 한 두 시간은 항상 현장을 돌아보아야 한다.
경영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기술이 급변하고, 고객이 바라는 상품이 바뀌고 시장도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 문제가 없는 조직 또한 대단히 위험하다. 시장여건과 경영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문제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나 경영환경은 이렇게 변해갑니다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조직이나 개인이 변화를 파악해서 사전에 대처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나 관리자라 해도 1년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문제나 과제는 혁신적인 사고를 요하지만 텅빈 머리속에는 이러한 변화에 대처할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력, 기술력이 나오지 않는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자기 실력배양, 새로운 기술개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과 같은 미래 씨앗을 심는 새로운 일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지금하고 있는 자기의 사업이나 업무처리 skill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조만간 내리막길을 걷거나 개인은 쓸모없는 정리대상이 되고 만다.
과거처럼 느슨해도 먹고 살수 있었던 여유있고 그리운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자기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전문가만이 살아 남을 수 있고 그에 상응한 몸값을 받을 수 있고 그들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고 대접받는다. 이것이 사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가 1998년에 한국에 와서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이 오늘도 나를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한다.
"만약 당신의 이력서가 올해 것이 작년 것과 같으면 이미 당신은 실패한 것입니다"
2006.8.16.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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