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오랜만에 신목동역을 출발하여 안양천변을 따라 오금교까지 왕복 두시간 반을 걸었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개구리도 겨울동면을 끝내고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이어서 그런지 이전의 얼굴을 스치던 매서운 바람도 한풀 꺾여 그리 춥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강가의 양지바른 곳의 버들강아지가 피어났고 가로수에서 파랗게 물이 오른 새 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쉬면서 지난 신문들을 스크랩하다 브레인투자자문 박건영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은 운용자산이 2009년 2월 1000억원으로 시작하여 2년만인 2011년 4월 6조원(일임계약 포함, 그중 자문형랩은 4조 5000억원)까지 불어난 성공신화 그 자체였습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자문사 7공주(LG화학.하이익스.제일모직.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읜.기아차)' 등 주식시장에 익숙한 주도주를 만들었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2011년 4월부터 갑작스레 너무도 많이 몰린 돈 때문에 덩치가 커져 포트폴리오가 오픈되는 바람에 수익률이 꺾이더니 8월에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타격을 받아 3개월 수익률이 -20%대로 추락, 최악의 수익률로 체면을 구기며 시장의 비난을 한몸에 받기도 했지만 2011년 성과는 -7.5%로 BM(벤치마크)대상인 코스피 지수 -11%보다는 선방하여 이름값을 일부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성장주에 투자한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오를 때 내 투자본능은 끓는다. 그때는 펄펄 난다. 시장이 1% 오를 때 5%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경기가 꺾이면 박건영은 숏쳐야(매도해야) 한다. 그때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시장에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브레인이 수익을 내주기를 기대했다는 질문에 박대표는 답합니다.
"나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항상 수익을 내려면 자산배분을 잘해야 하는데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임원이나 협의회위원들은 현실적인 흐름보다 좀 더 크고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편입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수익률을 높여라."
"안이하게 정기예금에만 넣지 말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알아보고 조사해서 투자해라"
"왜 다른 회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수익금을 많이 올린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
그러나 그분들이 원하는 바대로 수익이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때론 원치 않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고수익은 상대적으로 고위험이 따른다는 것'과 만약의 경우 실패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실무자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완벽하게 위험을 회피할 수 없고 상품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실패는 어떻게 완충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에 박건영 대표가 인터뷰 중에 했던 표현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라는 말에서 참으로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라는 말이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담당자에게는 한없이 무거운 굴레처럼 느껴집니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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