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상그룹 임대홍창업주님이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실렸다. 향년 97세이시니 우리나라 재벌 창업주로서는 장수하셨는데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신 분이셨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대기업의 창업 1세대분 중에 몇분이나 생존해 계실까? 나와 대상그룹의 인연은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에 ROTC를 전역 후 처음 들어간 직장이 미원그룹 지금의 대상그룹이었다.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여의도 미원빌딩에 있는 회장비서실로 발령받아 2년 6개월 근무하고 다시 가양동 본사 기획실로 복귀해 예산/결산 업무를 5년 2개월 총 7년 8개월 근무한 후에 1992년 1월 1일부로 KBS사내근로복지기금에 경력직으로 전직했다. 회장비서실을 대부분 내노라하는 경력있고 실력있는 관리자들이 가는 자리인데 신입사원이 간 것 자체가 파격이었고 험난한 자기계발을 요하는 일이었다.
내가 대상그룹 회장비서실에서 배웠던 것은 기획업무와 회계업무, 어학이었다.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인 나에게 주어진 첫 업무가 계열사 경영실적관리였다. 회계에 '회'자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을 관리하려니 절박한 심정으로 독학으로 회계공부를 시작했다. 차변과 대변, 거래, 분개, 전표, 회계원칙, 기업회계기준, 재무제표가 무엇이고,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결산과 사업계획서, 계정과목, 제조원가계산서, 공정수율표, 재고평가와 재공평가, 차이분석 등 어려운 단어들을 차근차근 배우고 계열사에서 매월 올라오는 결산자료들을 이해하고 분석하려니 각 계열사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명과 특성, 생산공정 등은 관련 서적을 구입하여 공부하거나 사무실 선배들에게 하나 하나 물어가며 독학으로 배워나갔다.
비서실은 각 계열사에서 한두명씩 파견나와 있어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생산공정, 결산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신문스크랩도 곁들여 하려니 계열사 제품과 공정, 국내와 해외 연구개발 동향을 이해하기 위해 아침 출근전에 어학원에 들러 영어를 한시간 듣고, 퇴근 후에는 일본어를 한시간 듣고 퇴근하면 밤 12시였다. 이렇게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운 덕분에 나중에 본사에서 실시한 일본어시험에서 3위 안에 들어 연세대학원 어학당에 6개월 어학연수를 가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고 1997년 중앙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할 때 장지인교수님이 주신 <일본 공익법인의 회계와 세무> 일본 책 두권을 혼자서 독해하다시피 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방법 개선 - 회계처리를 중심으로>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 독학했던 회계학공부와 세무회계 지식, 어학 덕분에 1997년에 경영지도사(재무관리) 시험에 응시하여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열정과 도전의 삶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 대상그룹 회장비서실 이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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