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쓰이는 모양이다. 특히 학문이 융복합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쓸모가 있을거라 생각치 못했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음으로 양으로 내 업무처리에 도움이 된다.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기획업무의 틀을 잡아주신 분은 당시 과장이었던 강성균과장님과 윤석동차장님이셨다. K대 법대출신이었던 과장님은 내가 기안을 올리면 문구 하나하나 토씨까지도 꼼꼼하게 수정해주셨고 특히 시행문이나 통보문의 경우에는 각 계열사에게 보내는 문서이므로 회장비서실이라는 발송처에 대한 중압감과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문서 기안을 하라고 알려주었다. 대상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재직하면서 몸에 밴 겸손과 배움에 대한 열정은 아직까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열정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한달에 한번정도 임대홍 회장님(1987년에 임창욱부회장님에게 회장을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됨)은 여의도 비서실을 방문하여(대부분 신설동 사무실에 계셨다) 경영수업 중이던 임창욱부회장님을 호되게 나무랐던 기억이 난다. 회장님이 오시는 날은 부회장님을 야단치는 날이라 비서실 직원들 대부분은 자리를 피해 다른 사무실에 가있었다. 회장님이 당시 장남이었던 부회장님에게 호동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가 복도까지 새어나오곤 했다.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선배들을 따라 사무실을 나와 복도에서 대기하곤 했다. 회장님은 언론이나 여러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회사에서도 임원들을 주로 상대하여 말단 신입사원이었던 내가 직접 대면하여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다만, 간혹 내려오는 지시사항이나 전언으로는 일 특히 식품과 발효사업에 대한 열정과 연구개발노력,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 같다. 식품과 발효사업에 대한 지식 앞에서는 왠만한 대학교수도 금새 꼬리를 내리곤 했다.
1993년 2월, KBS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전직한 후에 전 직장이었던 (주)대상에서도 내 소개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게 되어 사내근로복지기금과의 인연을 아직까지도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 30년 전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고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님의 명복을 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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