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에 광주에 들러 초등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식당을 들러 모처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동창 친구 자식도 이번에 대학을 들어가서 큰애와 같이 한 캠퍼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 입에서 큰 애가 애인이 생겼는데 벌써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같은 과 여학생인데 과에서 일등을 목표로 억척스럽게 공부하고 있다며 자기 자식에게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채근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자식은 상대 여학생 부모에게 인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아직 나이가 갓 19살인데 결혼을 전제로 사귐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결혼은 앞으로 60년, 아니 80년을 함께 살 반려자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인데 좀 더 상대를
사귀어보고 성격도 파악하고 상대의 성장과정도 살펴보고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텐데,
처음에 필이 꽂혔다고 하여 결혼 상대자로 미리 결정하고 올인한다는 것이 왠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남의 결혼이라는 사생활에 끼어들어 감내라 배내라 간섭할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그러냐고 하며 일어섰다.
이질적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화목한 한 가정을 이루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다. 결혼후 일정기간이 지난 신혼부부로 부터 공통적으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결혼전에는 상대의 단점이 보이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온통 단점 투성이다.
내가 무엇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속았다는 느낌이다."
상대의 성격이나 장단점, 자라온 환경 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서둘러
결혼하다보니 함께 살아가면서 상대의 진면목을 보게 됨으로써 그제야 단점들이 하나 둘,
눈에 띄고 드러나게 된다.
결혼이 어차피 한번 해야 할 의식이고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상대를 일찍 골라 같이 노력하여
빨리 자리를 잡아가자는 전략! 신세대다운 스피디함과 현실성 있는 결정을 탓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상대의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어떤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는지, 바른 심성을 지니고 있는지,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극복할 수 있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등 겉보다는 상대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내면은 오랜 교제와 관찰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사회생활과 마찬가지로 결혼생활 또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앞에 놓여 있다.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자면 나와 배우자 공히 상호
희생과 양보를 필요로 할 경우가 많다. 특히 육아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배우자와 양보와
희생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면 어느 일방의 몫이 되고 서로 불신과 원망을 초래하게 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상대의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 심성, 교육환경, 가정교육 등을 살펴봄으로써 상대를 내가
포용할 수 있고 같이 융화해 나갈 사람인지를 대충 알 수 있고 이에 맞추어 대응할 수 있다.
결혼전에는 그냥 해달라는대로 모두 해주던 예스맨이었던 남자가 결혼하고 나서 190도
바뀌어 세상에서 제일 완고하고 보수적인 사람으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을
하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결혼전 상대의 겉만 보았지 내면의 성격이나
자라온 성장과정을 보다 깊이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폭력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상처가 깊고 부모의 폭력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갈수록 젊은층의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도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고 이해하고 겪어보지 아니한 탓도 있을 것이다.
조급함과 물질만능주의에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미명하게 이루어진 결정이 상대방의
정신적인 건강함과 심성을 함께 보는 혜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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