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가 여름휴가의 최성수기이다. 콘도업무를 하다보면 같은 여름휴가기간이라도 시기에 따라 선호하는 기간이 있고 콘도사에서도 이를 반영하여 콘도배정에 활용하고 있다. 최성수기는 여름방학하고 난 후 보통 자녀들의 학원방학이 끼어있는 기간이다. 대개 7월말에서 8월 초순으로 이어지는 1주일이다. 이 시기에는 콘도사용 신청이 폭주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방학이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어 방학때 감히 학원을 쉬며 며칠간 여름휴가를 갈 수 있는 속 편한 부모는 많지 않으니 자연히 학원이 방학하는 그 때에 맞추어 휴가를 맞추어 가는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콘도사에서는 이 시기를 최성수기라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이 시기에 콘도이용 신청이 집중도니 어려움이 많다보니 휴가날짜를 일주일 뒤나 앞으로 휴가를 조정할 수 없느냐고 물으면 "다 아시잖아요? 휴가를 자식들 학원방학 시기에 맞추어야 하는 현실을...."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지난 90년초에는 콘도가 귀했다. 회사에서 콘도를 배정받아 간다고 하면 친구들도 좋은 회사에 다닌다며 다들 부러워했다. 회사에서 구입한 콘도가 많지 않아 여름성수기 콘도배정을 할 때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곤 했다. 많은 회사들이 사내의 직급 순으로 배정을 해서 일반 직원들이 콘도를 사용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지금이야 다들 투명한 방법으로 콘도를 배정하려 하지만 당시에는 콘도담당자가 콘도사에서 콘도물량을 배정받으면 임원들이나 간부사원들의 휴가일정에 따라 선배정하기 위하여 콘도 배정 물량의 50%는 무조건 따로 챙겨 놓곤 했었다.
콘도는 미리 예약을 해 놓은 날짜에 쿠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입실하지 않는 경우, 이를 no-show라고 한다) 콘도사에 따라 1년이나 2년, 혹은 3년간 그 콘도계좌를 사용정지시켜 버리므로 재산상 불이익이 크다. 따라서 임원들이 찿을지 몰라 아껴놓은 콘도를 사용일로부터 4일 전에는 일반직원들에게 풀든지 아니면 예약취소를 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사전에 미리 콘도담당자에게 부탁을 해놓기도 한다.
운 좋게 이런 콘도를 당첨받으면 온 가족에게 으쓱거려지고 가장으로서 체면이 서게 된다. 지금이야 콘도가 많이 지어지고, 전망이 좋은 곳에는 팬션이 많이 지어졌고 민박 등 콘도를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숙박 수단들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는 콘도 아니면 야영장에서 텐트치고 더위와 모기와 씨름을 하며 보냈고 그나마 대기업들은 형편이 나아서 해수욕장과 계약을 맺고 대형 천막을 쳐서 그 안에 커텐칸막이로 분리해서 직원가족들이 여름휴가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해수욕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다보면 더위를 부채에 의존해서 지내야 하니 몸은 땀과 모래 범벅이 되어 끈적거리고 샤워시설이 변변치 않았기에 참고 지내야 했다. 밤에는 주변에서 술을 먹고 싸우는 소리, 고성방가하는 소리에서부터 바로 옆 텐트에서 일어나는 청춘남녀들의 은밀한 사랑놀음으로 인해 텐트속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여, 가족들과 같이 하기에는 다소 민망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 근처 콘도를 이용하면서 여유있게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장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새삼 기업복지의 위력을 느꼈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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