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모처럼 용왕산을 올랐다.
11일 후에는 정들었던 이곳을 떠난다니 살때
한번이라도 더 오르고 싶었다.
막상 떠난다고 하니 한번이라도 더 걷고 싶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경치를 마치 연속사진을
찍듯 찍어 내 가슴과 뇌리에 보관한다.
지난 6년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용왕산을 오르내리며
힘들고 외로웠던 시기에
아픔도, 슬픔, 분노도 산을 걸으며 가슴 속에서 삭이고
정화시켜 일상의 덤덤함으로 내보냈다.
용왕산은 말 없이 나를 받아주었다.
이른 아침,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눈은 단풍을 즐기며
발은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이 행복은
어디에 비길 수 있겠는가!
지난 초가을에 주워 모아놓은 도토리를
오늘은 모두 산에 있는 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목동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추억도
하나, 둘, 아니 모두 내려놓고 가야지.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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