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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영화 '닥터봉'으로 영화배우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 한석규!1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대중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너무나 한결같다.
부드러운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6:4, 왼쪽으로 살짝 치우친 가르마로 항상
깔끔하게 정돈하고 다니는 모습이 그렇고 대학교때부터 64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고, 은테 안경 너머의 부드러운 눈빛,
커피광고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미소가 그렇다.
영화 속에서는 갖가지 변신을 하려고 애를 쓰지만, 현실의 그는 그렇지
못하다. 강박증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한결같음', 삐닥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인간 한석규에게는 너무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닌가?'
"(잠깐 생각한 다음)네, 일단 저는 연기를 할 때는 다 뜯어고치고 싶어요.
나와 완전히 다른 그런 (캐릭터) 작업은 어떤 것일까 그런 작업이 가능할
때는 항상 고민하죠. 그러나 실제의 나는 '그런 나'를 못만들어요. 스스로
검열하는 것 같아요. 제가 (변화를) 불편해 하는 거죠.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성격적인 것도 과거의 어떤 경험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가족들 특히 아내는 만난지 20년이 됐는데, 내
얼굴 형태나 눈의 모습같은 것이 청년 때와는 많이 변했대요. 제가 봐도
그래요. 가끔 제 영화를 보거든요. '닥터봉'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 보는데,
변했더라고요.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졌어요."
연기면에서도 변화가 많았단다.
『 그는 30대 시절 찍은 자신의 영화를 보면 낯이 뜨겁다고 말했다.
열심히는 하지만 '애 많이 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다는 것이다.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런 것을 덜
느낀단다』
40대에 했던 연기는 한사람의 관객으로서 봐도 꽤 괜찮아 보인다고,
배우로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좋은 40대 때 될 수 있으면 좋은
결과물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단다.
"연기를 통해서 '변함없는 나'를 확 던져버림으로서 받는 쾌감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저같은 경우는 그런 타입의 배우예요. 그래서 ('눈눈이이')
곽경택 감독님이 저보고 '우울증이 있다'는 말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우울증이라는 것이 현대인, 도시인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그런 것을 분출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한석규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뭐냐고 물으면,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고, 그 스트레스를 연기로 푼다고 하겠어요"(중략)
제가 요즘 EBS에서하는 '한국 영화 걸작선'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듯,
현재의 관객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의 관객이 있으니까요. 내가 죽고
난 뒤 다음세대 다음세대에도 관객이 있잖아요. 제 영화는 아이들 다 큰
다음 나중에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네 아이 중에서 배우가 나왔으면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가능하다면 2세, 3세에서도 배우를 했으면 한다고. 그가 생각하기에
'배우란 인생을 걸어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한 만큼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선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누군가에게 천상의 행복도 주지만, 동시에 지옥의 슬픔과 아픔을 던져주기도
하는 사랑. 그는 연기와 그런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연기를 한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는 그. 촬영 현장에서의 순간순간이 지극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라는 말이다.
"3년전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의 학교에 일일교사로 간 적이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간 것이죠. 꼬마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며칠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이런 말을 했어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 여성조선 2008년도 8월호, 한석규 인터뷰에서....
이 시대 최고의 남자배우 한석규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내려가면서 절제된
그의 모습과 철저한 자기관리 노력, 자신이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기에 하는 일(연기)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주어진 배역에 몰입할 수 있고, 그런 연기에 관객들은 열광하며
최고의 배우라는 평가를 내린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는 말은 지금도, 앞으로도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진리가 아닐까?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지금,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과연 자신있게 "네"하고
답할 수 있을 것인지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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