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상담이 왔다. 증권사에 예탁해두었던 몇개의
금융상품이 수익률이 낮아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중에 두 기업의 주가를 기초로 설정한 종목형 ELS는 그중 한 기업의 주가가 설정당시보다 40%가 폭락하
여 상당부분 원금손실을 입은 상태이고, 주식형펀드 또한 1년이 지났는데도 정기예금 수익률보다 낮고 그나마 공모형펀드에서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냈을 뿐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한다. 벌어도 시원찮은 상황에 기본재산을 까먹었으니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하소연이었다.
상담전화를 받으면서 지난 2003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전 직장에서 11년간 펀드투자를 했던 씁쓸했던 경험이 생각났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운용은 "잘하면 본전이요, 못하면 징계받는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듯 하다. 수익률이 높으면 "잘했네", "고생했네"하고 추겨세우는 것으로 때우거나 마지못해 성과금이라고 부서원 전체에게 1인당 얼마씩 균등하게 주기도 한다. 그러나 수익률이 낮거나 원금이라도 깨먹으면 실무자 혼자서 징계를 받아야 한다. 공(功)은 서로 나누려하고 실패는 실무자 혼자서 뒤집어쓰는 것이 자금운용 결과이다. 실제로 펀드에서 큰 이익이 났을 때는 수년 전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거나 관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역할을 잘 해서 성과를 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다가 손실이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러니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자금운용을 하려 할 것인가? 그저 적당히 위험부담이 적은 정기예금이나 넣고 마음 편히 지내지.
11년간 펀드나 파생상품에 자금운용을 하던 시절에는 길을 가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수시로 국내와 해외 증시동향, 금융과 경제동향을 확인하곤 했다. 수익을 한푼이라도 더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 수익을 올리면 그만큼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목적사업이 활성화되고 직원복지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참 열심히도 했었다. 성과와 연동해서 임금이 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경제를 공부하고, 기업을 연구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공부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마음고생은 많았지만 노력한만큼 실적이 좋으니 성취감도 느껴지고 나름의 행복이 있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용을 하면서 얻었던 값진 교훈은 자금운용은 늘 성공할 수는 없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실패할 경우 책임자를 찾아 징계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고 선(先) 신속한 회복전략을 수립하여 실행에 옮김과 동시에 후(後) 실패원인과 교훈을 찾아내어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인재를 잃어서는 안된다. 나름 그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데는 수많은 인고의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기에 정확한 실상파악(금융상품 선정 동기와 과정, 사후관리)과 공정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여론몰이식 감사나 루머를 기초로 한 감사, 공정하지 못한 징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 모 경제신문에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우리 사회에 전문가가 없는 이유'에 대한 글이 실렸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 전문가가 없는 이유로 네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전문가가 대우받지 못하는 풍토가 있으며, 둘째는 순환배치의 관행, 셋째는 전문가 자체의 문제(전문적 지식과 창의적 사고를 가졌기에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 쉬워 배타적으로 흐를 경우 주위와의 협업과 소통이 잘 안된다. 전문가에게 권한을 줄 경우 관리감독 소홀을 틈타 비리가 발생한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사명감과 장인정신의 부족을 들었다. 필자는 '빨리 빨리'와 '대충대충'이 팽배한 문화 속에서는 '장이'의 프로정신을 가진 진정한 전문가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는데 사내근로복지기금 분야의 일을 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도 예외가 아닌 듯하며 필자가 지적한 많은 부분이 실제와 일치하는 듯 하여 공감이 느껴졌다.
경영학박사 김승훈(기업복지&사내근로복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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