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얼굴이 두껍거나 속이 시커멓든가
둘 중에 하나는 되어야 한다."
일명 후흑학(厚黑學)으로 잘 알려진 '이종오(李宗吾)'의 주장
입니다. 중국 신해혁명 당시 동맹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던
'이종오'는 얼굴이 두껍고(厚顔), 속이 시커먼(黑心) 사람들이
중국 역사에서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남의
눈치나 체면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흑(厚黑)의 대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두꺼운 얼굴로 방패를 삼고 시커먼 마음으로 창을 삼아
앞으로 전진 하라!
예의와 염치, 명분을 중요시 여기는 중국의 유교적 봉건주의
사상에 반기를 들고 실리와 실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개화기
중국에서는 상당히 새로운 각도의 이론인 샘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대표적인 백과전서 중에 하나인 '태평어람
(太平御覽)'을 보면 이런 후흑의 뻔뻔함과 철면피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동가식서가숙'이란 말이 나오는데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산동성의 옛 지명인 제(齊)나라에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은
한 처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두 집안으로부터 청혼이 들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쪽 집 신랑감은 인물이 볼 것 없었으나 부잣집
아들이었고, 서쪽 집 신랑감은 인물이 뛰어났지만 집안은
아주 가난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녀가 인물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부를 택할
것인가의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이때 처녀의 부모가
처녀에게 의중을 물었고 이에 이 처녀가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면 안 되나요?"
즉, 이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라는데~
그러니까 집안 좋은 총각과는 낮 생활을 같이하며 부를
누리고, 얼굴 잘 생긴 총각과는 밤 생활을 함께 즐기며
살고 싶다는 뜻이라는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처녀의 마음이 참 솔직하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실리적인 생각이 옛날 그 처녀의 생각
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동가식서가숙 정도의 대답은 어쩜 한 줌도
안 되는 더 기가 막힌 대답들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연예는 예술이고, 결혼은 사업이라며 결혼 전에는
조건 없이 마음에 들고 잘생긴 사람과 연예를 하다가,
결혼은 돈 많고 직장 좋은 사람과 하겠다는 후흑의 대가
같은 행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니까요.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똑똑한 대답인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조건 없이
선택하는 그런 예쁜 참사랑들이 들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멋진 인생이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하튼~
조선시대 수필집 <한거만록(閑居漫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실려 있다고 합니다.
태조(太祖)가 개국한 다음 조정에서 재신(宰臣)들을 불러
정부(政府)에서 주연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한 때는 고려왕조에 충성을 맹세했던 대신들이었지만
새 왕조에 동조하며 새로운 지위를 약속 받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연회에는 설매(雪梅)라는 기생도 불려왔는데~
그 기생은 뛰어난 미모 덕에 많은 사내들로부터 인기가
높았고, 기생 역시 사내를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어떤 늙은 정승이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설매(雪梅)라는 기생에게 치근대며 이런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너는 아침에는 동가식하고 저녁에는 서가숙하는 기생이니
오늘 밤에는 나와 서가숙이나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러자 기녀 설매가~
"동가식서가숙하는 천한 기생이 어제는 왕(王)씨를 모시다가
오늘은 이(李)씨를 모시는 정승 어른을 모시는 것이야 당연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늙은 정승은 얼굴이 벌게지고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말을 못했고 함께 있던 대신들도 모두 허공을 바라
보며 한참동안 멍해 있더라는 것입니다.
지난날 주군을 버리고 새로운 주군을 모시게 된 대신들은
한 기생이 찌르는 비수와 같은 말 한 마디에 모두 맥을 못
추게 되었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래도 이 시대 대신들은 그렇게 철면피이거나 몰염치할
정도로 후흑의 대가들은 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사실 저 자신부터 돌아보면 동가식서가숙과 같은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 올곧은 삶만을 살아왔다고 확언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명분과 신의 보다는 실리와 이익을 쫓아서 이쪽과 서쪽을
넘보며 변심을 한 경우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충성을 맹서하며 모든 것을 주었던 동쪽
집에, 오늘은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하여 모든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그쪽 집을 비난하고, 어제 몸담았던 조직에 적이
되어 칼을 들이대는 품위도 명분도 신의도 없는 그런 삶은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왕 씨를 섬기든 이 씨를 섬기든 그것은 후흑(厚黑)이라는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지난날 한번 신의를 맺었던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거나 또는 그 자신의 이기와 탐욕만을
위해 공익을 갉아먹는 창고의 쥐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을 만들어 비난하고 호도하거나 뒷다리를 거는
참으로 치사한 삶을 살다 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짧은 인생
남김 없이
깔끔하게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요.
그래도
정녕 애달프면
사랑하는 이만
한 동안 보시게
그리움 한 조각
허공에 묶어두고
소리 없이
가면 되지요.
물론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리움이면
동가식서가숙
양다리 몰염치보단
훈훈하잖아요.
.
.
.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회사 조훈부장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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