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인생을 보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한 유형은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지 몇년이 지났지?'하는 유형과 '내가 이 회사에서 떠나려면 몇년이나 남았지?' 하는 유형입니다. 전자는 젊은층이고, 후자는 늙어가는 층입니다.
월요일 회사에서 퇴직금구조개선을 위한 자료를 검토하고 논의하면서 5년, 10년, 15년 후 퇴직금 규정에 의한 금액과 법정퇴직금 금액과 서로 비교하는 자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10년 후에는 저는 정년퇴직을 하고 이 회사에 없는데 10년과 15년 란에도 퇴직금 숫자가 들어있는 것이 너무도 낯설었습니다. 요즘은 인력구조조정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정년퇴직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사람은 40대의 나이를 불혹이라고 부릅니다. 20대 후반이나 30대초에 결혼을 하여 아이도 낳아 키우고, 집도 장만하고, 직장에서 지위도 높아지고 혹은 사업을 시작해서 기반을 잡고 이제는 여규가 생겨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그저 정신없이 앞만보고 살아왔던 삶에 공허감이 생기고 그 틈을 비집고 유혹이 찿아온다고 합니다. 육체적으로는 머리도 희어짐과 동시에 빠지기 시작하고 몸 곳곳에 아픈 곳도 하나 둘씩 생기고, 심적으로는 가정에서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늘 자신들은 뒷전이고 회사에서는 직원과 임원 사이에 낀 어정쩡한 관리자라는 위치에서 상실감과 함께 존재에 대한 위기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사회관계적으로는 퇴직이후의 확고한 삶의 비전을 찿지 못하고 방황하는 위기의 시기라고 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3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사내근로복지기금이라는 자칭 천직업무를 맡으면서 40대를 흔들림없이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고, 남겨진 자식들과 비록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심적으로는 항상 충만하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와 결핍이 개선을 가져오듯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나를 끝없이 자극시키고 일에 집중하고 노력하게 만듭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가 미지의 분야였고, 이론적으로도 정비되지 아니한 분야였기에 저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습니다. 남들은 길이 없고, 기준이 없다고 가지 않으려 할 때 저는 오히려 제 방식대로 새로운 길을 뚫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제가 걸었던 길, 제가 만든 기준이 사내근로복지기금 업무의 기준서가 되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러한 여정 속에 우리 기금실무자분들과 카페 회원님들의 성원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지내 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한소망교회 류영모 담임목사님 설교 중에 '고난이 인간의 실존을 깨우쳐준다'는 말씀에 공감을 느꼈습니다. 올해에 지식노마드라는 중견 출판사에서 공동집필로 '사랑하지만 한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와 '소심남녀 재테크 도전기'라는 두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 주어진 지난 시절 실패했던 경험과 이로 인해 겼었던 아픔 덕분이었습니다. 힘들고 고독했던 순간마다 다이어리에,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남기곤 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자식들이 속상하게 하면 속상하다고.....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12월 들어서 다시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및 신고실무' 책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1월 7일과 8일 양일간 진행하는 교육에 사용하기 위한 교재이자 2004년 9월에 발간된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책자 이후 변화된 제반 법규와 기금 환경을 반영하여 실무도서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자신이 가진 열정과 지식,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제가 꿈꾸는 '중년의 삶'을 이렇게 하나하나 현실로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 너무도 행복합니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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