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연구소 계좌에 5억원이 입급되었다.
그런데 입금한 회사가 낯이 익다.
작년에 연구소 교육을 받고간 업체 이름이다.
갑자기 만가지 생각이 든다.
뭘까? 왜 거액을 남의 회사에 입금했을까?
도움을 주었다고 감사의 표시?
아마도 회사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잘못하여 연구소로 입금된 것이겠지.
1주일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전화가 없다.
일주일째 되는 날, 안되겠다 싶어 그 회사로 전화했다.
남들은 이런 경우 인출 후 계좌를 페쇄하고 잠적한다지만
정당한 노동의 댓가가 아닌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 연구소로 5억원을 입금했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리고 왠 5억원이요?"
담당자는 시큰둥하다.
"저희 연구소 계좌로 귀사에서 5억원이 입금되었으니
확인해보고 연락주세요?"
10분 뒤, 그렇게 당당하던 회사 실무자가 급 목소리를 낮추며
전화가 왔다. 회사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잘못 입금되었다며 당장 돌려달란다. 직장생활 20년만의
실수란다. 그런데 입금은 쉽지만 다시 돌려주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의 정식 공문과 통장사본, 사용인감증명을 받고
나도 은행에서 이체를 하려니 한도를 늘려야 하고
(연구소 계좌 한도는 일 1억원임) 연구소 법인인감과
등기부등본, 법인인간도장을 가지고 오란다.
날씨도 가장 추웠던 날, 택시를 타고 서초등기소에 가서
법인인감과 법인등기부등본을 떼고 이튿날 은행에 나가서
9일만에 돌려주었다. 홀가분하다. 오류 입금사실을 알려주고
잘 돌려줘서 고맙다고 택시비와 식사를 하라고 20만원을
입금해주었다. 이건 두사람이 이틀간 택시타고 움직였으니...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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