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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대디칼럼 제210호를 읽은 카페 회원 한명이 쌍둥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술을 먹었다는 글을 읽고 나에게 무슨 종류의 술을 먹느냐고 묻는다. 걱정이 된다고...

우리집에는 집에서 아내가 직접 담궈놓은 술이 몇병 있다. 15년 전에 담궈놓은 인삼주와 9년전 담궈놓은 장뇌삼주(당시는 인터넷에서 어렵게 그것도 꽤 비싸게 경매로 낙찰받은 아까운 장뇌삼을 그냥 먹지 왜 술을 담구느냐고 투덜댔다), 그리고 정확히 하늘나라에 가기 4개월 전에 담궈놓은 복분자주... 그중에서 인삼주나 장뇌삼주는 알콜돗수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고(인삼주 계통은 술을 담구면 알콜돗수가 더 높아지는 느낌이 들어 마시기가 부담스럽다) 가장 부담이 없는 것이 복분자주이다.

내가 복분자주를 즐겨마시는 걸 알고는 2006년 8월초 처음에 수확한 초벌 복분자가 제일 약효가 있다고 일부러 고창으로 주문하여 제법 큰 술병에 두병이나 담궜다. 지금도 내 눈에 어른거리는 장면은 유방암 말기, 국립암센터에서도 포기한 상태 힘에 부치는 몸으로 재워놓은 복분자를 직접 꺼내 으깨고 술을 걸러내면서 "여보! 나중에 나 없을 때 나 생각하며 두고두고 먹어~~응?" 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을 내 어찌 잊으랴~

자신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 아내는 복분자주를 만들어서 언니(처형)도 한병, 남동생(처남)도 한병 보냈는데 이것이 나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언니와 남동생에게 한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집은 두병을 남겨놓았다. 생전 아내의 말대로, 아내가 생각날 때나 자식들이 내 속을 썩일 때,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단골메뉴가 되고 말았다.

지난주 토요일, 농협시장에서 아내 차례상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사가지고 오는 길에 들은 MBC라디오프로 '지금은 라디오시대' 주제가 첫사랑이었다. 그날도 나는 집에 돌아와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그리며 복분자주를 마셨다. 점점 술병에 남아있는 술의 양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만 먹을려고 아끼는 중인데 쌍둥이들이 애비 속도 모르고 자꾸 내 속을 끓이는 바람에 남아있는 술이 줄어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간다.

쌍둥이들을 내게 부탁하고 가면서 속을 많이 끓이고 살 것을 미리 알고 나를 위해 담궈놓고 간 걸까? 이런 것 만들어 놓지 말고 차라리 오래나 살 것이지...큰애 결혼 때, 쌍둥이들이 대학 진학해서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는 그때까지 아내가 눈물로 담궈놓은 복분자주가 남아있어야 할텐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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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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